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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죽은 나무 뿌리에 생명을 불어 넣다.

- 뿌리공예가 백중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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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1.09.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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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준비과정이 힘들고 어렵지만 다 끝나고 나서 작품을 보면 흐뭇하지. 또 그 힘들게 만들어 낸 내 작품들을 많은 사람들이 쓰다듬으면 그것처럼 뿌듯한 일은 없어. 이래서 내가 이걸 해."

실용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쏟아진 수많은 물품들에 장인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오늘이다.

조금 전까지도 작업을 하다가 나온 공예가 백중호(75세)씨는 뿌리공예를 하면서 가장 보람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냥 함박 웃음을 지었다.

 

뿌리공예가 백중호씨는 어려서부터 나무와 함께 자랐다. 장롱을 만드시는 아버지를 따라 처음 이일을 시작한 10살 이후 나무를 만지고 다듬은지 벌써 65년이 흘렀다고 한다. 

공주 끝자락에 자리잡은 백호종씨 공방과 전시장에는  그의 손길를 거쳐  만들어진 작품들로 가득하였다.

기괴한 모양으로 뻗은 죽은 나무의 뿌리를 보고 짧게는 하루, 길게는 세 달이라는 기간에 걸쳐 영감을 얻고, 그 영감으로 손으로 다듬고 만져서  죽은 나무뿌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새롭게 태어난 작품들 이었다.

 

뿌리공예는 재료를 얻는 과정에서부터 그것을 말리고 손보기까지 3~5년 사이가 걸린다고 한다.

나무를 말리는데만 3년이상이 걸리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완전히 말리질 않으면 작품을 만든 후 뒤틀리거나 갈라지고 곰팡이가 생긴단다.



완전히 말린 후에는 매끈하게 다듬고 못과 망치없이 자연 그대로의 형상을 살려 작품을 만든단다.

나무의 뿌리라는 소재 자체를 솔직, 담백하게 드러내고, 기교를 넣기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지향한다고 하였다.




 그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팔마상엔 여덟 마리의 말이 서로 짝을 지어 탑처럼 올라 서 있다. 고려시대 충렬왕 때 최석부사가 백성에게 받은 말 여덟필을 훗날 낳은 새끼까지 백성에게 다시 되돌려 주었던 그 청렴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각되었다.

여덟 마리의 말은 그의 작품 속에서 갈기 하나하나까지 마치 살아있는 양 요동치는 것 같다.

또 다른 그의 대표작품인 독수리 상에서도 거칠고 힘이 넘치는 야성을 가진 야생 독수리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살아있을 적, 땅에 박혔던 뿌리는 죽어서 땅위에 높이 서 올랐다. 

뿌리의 기괴하지만 웅장한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또 다른 작품은 자연에 인간의 손길을 그대로 얹어 작품으로 탄생되었다. 나무가 뒤틀리면 뒤틀린대로 자연적인 모습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표현한다.
 


 

이런 오랜 시간을 걸쳐 하는 힘든 작업이기에  배우고자 하는 이가 드물고, 돈벌이가 되질 않으니 최근 2~3년새에 부쩍 늘었던 관심은 사그라들어 지금은 문하생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그의 곁을 지키며  큰 힘이 되는 이가 있었는데 그의 4대 독자 아들 백남춘(40)씨가 그의 장인 정신을 이어받아 3대째 고사목을 정성껏 다듬고, 그보다 더욱 뛰어난 실력으로 그의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나무를 닮은 투박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최근 전시장 옆 700여평의 땅을 매입하였다. "뿌리공예의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알리기 위한 박물관 설립"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대부분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고, 국가적인 부분에서 지원받기가 쉽지 않아 13년간을 미뤄 왔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뿌리공예를 알고 관심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백중호씨는 주위의 권유를 이기지 못해 학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뿌리공예강의도 준비하고 있다. 묵묵히 활동해 오며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을 뿌리쳤던 그는 “요즘은 세상이 바뀌었다. 예술가의 고집으로 살았는데 그것으로 인해 발전할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뿌리공예를 알리고 가르쳐야겠다.”라고 말했다.

 

3대째 이어오는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그의 작품들은 공주시 반도면의 공암육교 옆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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