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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탕아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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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5.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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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암/유응교
 
 
아버지 외면하고 집 떠나 떠돌면서
유혹에 빠져들어 저지른 죄악들이
이토록 무서울 줄을 예전엔 몰랐다오.

술잔을 입에 대고 주님을 망각한 채
육신의 쾌락위해 음욕을 품은 것이
이토록 잘못일 줄을 예전엔 몰랐다오.

탐욕에 눈이 멀어 도박을 일삼으며
가산을 탕진하고 가족을 괴롭힌 죄
이토록 후회가 될 줄 예전엔 몰랐다오.

성경을 모독하고 성서를 불신하며
우상을 숭배하고 천국을 부정한 죄
이토록 처참할 줄을 예전엔 몰랐다오.

모든 걸 뉘우치고 집으로 돌아온 날
그 크신 마음으로 두 팔로 안아주신
이토록 따뜻한 품을 예전엔 몰랐다오.

타락한 육신위에 불안한 영혼위에
자비의 손을 얹고 따스한 음성으로
이토록 위로할 줄을 예전엔 몰랐다오.



난   장

 근암 / 유응교

 
5월 단오
청청한 신록의
황토위에서
짚신 털어 신고
텁텁한 막걸리
한잔하러 나가고 싶구나
 
번득이는
속임수와
잃고 따는 야바위들의
틈속에서
나도 함께
속임수를 쓰고 싶구나
 
동네 아이들을
불러들이는
엿 장수의 엿가락 소리와
시퍼란 칼날을
세우기 위하여
불길이 푹푹 솟도록
풀무질 하는 숨가쁜 소리가
어쩌면 그리도 좋으냐
 
씨나락을 까대는
디딜방아 위에서
삼나무 껍질을 벗겨
삼베 짜는 베틀위에서
세월을 엮어내는 주름진 얼굴에서
난장의 하루를 서성이고 싶구나.



아내

근암/유응교

아내의 눈 속엔

유월의 장미꽃에 어리는

 아침 이슬이 있고

이따금 빛나는 별빛이 있다

아내의 입가엔

사소한 일상을 즐겁게 만들고

늘 감사 기도를 드리는

행복한 미소가 어리어 있다

 아내의 가슴엔

견디기 어려운 길목에서

모든 걸 포용하는

한없이 너그러운 마음이 있다

아내의 손끝엔

푸른색 빨강색 노랑색으로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놀라운 마술이 있다

이런 아내에게

나는 오늘도

아무것도 보여 줄게 없어서

계면쩍기만 하다

 

나팔꽃 사랑

  槿岩/유응교

밤이면 밤마다
그대가 그리워
눈부시게 성장을 한
제 모습을
그대는
조금이라도
눈 여겨 보셨나요

제게 떠나신다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시고
어쩔 수없이
떠나셨다 하더라도
날이 새고 태양이 뜨는 아침
그대의 창가에서
큰소리로 부른 제 외침이
들리지 않더이까

너무도
힘에 겨워
지치고 쓸어 지면서도
가냘픈 몸으로 휘감고 올라간
사랑의 푯대 끝에서
아침 마다
목 놓아 그댈 부르고
밤을 기다리는
제 마음을
그대는 진정 모르시나요

눈멀고
귀멀지 않으셨다면
이 처절한 외침이
그대의 가슴을
산산히 흔들고 남을 터인데...

 

槿岩 / 유응교 교수 기자 desk@eforest.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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