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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세먼지를 잡으려면 '나무심는 DNA'가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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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4.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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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강호덕 교수


- 나무심기, 미세먼지 저감과 도시열섬현상 완화, 심리적 안정감까지 -
-단일 수종보다 다층림 숲, 키가 크고 잎사귀 넓은 활엽수 적합 -

강호덕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요즈음 미세먼지의 피해는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지난 며칠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미세먼지가 발생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고 있어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고 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공기가 나빠졌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우리 민족 특유의 '나무 사랑'으로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나무는 자연의 공기청정기다. 나무를 심음으로써 미세먼지를 줄여나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숲은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주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도 주는 등 다양한 잠재적 가치를 지닌 지속가능한 자원이다.
 
실제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숲은 도심지역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각각 25.6%, 40.9% 정도로 낮춘다고 한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수천만 그루의 나무 심기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무나 숲이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원리는 간단하다. 나무는 증산작용으로 뿌리를 통해 땅속에 있는 수분을 지표면과 줄기와 잎으로 끌어 올리고, 기공을 통해 대기권으로 방출시킨다. 이러한 생리적 작용으로 주변의 공중 습도를 높이고 수분과 나무의 점착성 성분이 있는 잎사귀에 미세먼지가 달라붙는다. 또한 촉촉한 지표면으로 먼지를 포착하여 고정시키고 비가 오면 토양으로 재흡수한다.
 
게다가 한국인은 어느 민족보다 나무 심기를 사랑한다. 세포 속에 나무 심는 DNA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할 정도다. 실제로 우리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해외에서도 나무 심기 운동을 펴왔다.
 
필자는 지난 20여 년 전부터 해외에서 사막화 방지연구를 해왔다. 이런 활동을 펴면서 느낀 점은 정부에서부터, 종교계, 교육계, 민간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의 인사들이 해외까지 나아가 나무를 심는 유일한 민족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나무 심기 사랑을 미세먼지 대책으로 연결하면 훌륭한 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
 
4월은 나무를 심는 달이다. 미세먼지를 효율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그동안 집적해온 우리의 나무 심는 DNA를 활용하는 동시에 산림과학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제대로 나무를 심으려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미세먼지 저감용 도시 숲은 목재를 생산하는 숲 조성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미세먼지 저감용 나무 심기는 단일수종을 선정하기보다는 다양한 종류로 구성된 밀도 높은 다층림으로 숲을 조성해야 한다. 위쪽은 교목류 중에서 키가 크고 잎사귀가 넓은 활엽수가 적합하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이른 봄에 잎이 빨리 피면서 수분 함량이 높고 생장이 빠르면서 환경오염에 내성이 있는 나무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래쪽에는 키가 작은 관목류를 중심으로 잎갈이가 늦고 잎에 끈끈한 성분이 있는 나무가 바람직하다.
 
미세먼지 저감 효율을 높이려면 도심과 가까운 지역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도심지역 내에는 개인 소유의 사유지가 많기 때문에 나무 심을 곳을 물색하기가 만만치 않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나무심기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또는 지자체가 소유하고 있는 국유지, 공유지를 확보해야만 한다. 이에 걸맞은 대상지는 강이나 하천변, 농사 행위가 어려운 휴·폐경지가 적합하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법률이나 제도에 제약을 받고 있어 나무 심기가 어려운 실정으로 이들의 용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다른 미세먼지 저감 방안으로 도로변 나무심기로 가로수의 특성을 고려하여 수종을 선정하고 나무를 어떻게 심고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세먼지는 국경을 초월한 지구촌 환경문제로 우리와 인접해 있는 중국과 몽골 등의 국가와 황사 또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상호 간 협력을 강화해 시너지를 높이는 일 또한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 강호덕 동국대 교수 프로필 : 동국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산림자원학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산림청에서 사무관으로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했으며, 최근 사막화방지연구사업단에서 몽골, 미얀마, 튀니지, 이디오피아 등과 공동연구를 추진해 성과를 냈다. 현재 동국대 바이오시스템대학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황사사막화방지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몽골 사막화방지 연구에 대한 공로로 몽골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황사사막화방지연구소를 설립한 이래로 황사의 발원지인 몽골을 중심으로 사막화방지 연구에 매진하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 역량을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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