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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선충병의 역설', 위기를 산림자원 순환의 기회로 바꿔야 한다

  • 편집국 기자
  • 입력 2026.02.10 12:38
  • 조회수 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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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병1.jpg

우리 민족의 정서가 깃든 소나무 숲이 다시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소나무재선충병이 2025년 현재, 전국적으로 149만 그루의 피해목을 발생시키며 맹렬한 기세로 재확산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림 병해충의 문제를 넘어, 국토 경관의 파괴이자 국가적 재난 수준의 비상사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방제는 '고사목 제거'와 매개충 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예산 부족에 따른 방제 공백, 인위적 이동으로 인한 신규 확산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악순환을 초래했다. 

 

이제는 방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단순히 베어내어 없애야 할 '골칫거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소중한 산림자원'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재선충병 방제의 상징이었던 '훈증(비닐 덮기)' 방식은 산림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사장시키는 한계가 명확했다. 다행히 최근 방제 정책이 '전량 파쇄' 또는 '열처리'를 통한 자원화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현재 제거된 피해목의 상당수는 파쇄되어 열병합 발전소의 연료용 바이오매스나 농가의 퇴비, 축사 깔개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재선충의 완전 사멸과 자원 재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소나무는 본래 우수한 목재 자원이다. 단순히 태우거나 썩히는 저부가가치 활용을 넘어, 더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소재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핵심은 '열처리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과 인프라 확충에 있다. 피해가 극심한 경북, 경남, 제주 등 거점 지역에 대규모 열처리 시설을 구축하여, 감염 우려가 있는 목재를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 규정된 고온 처리를 거친 피해목은 재선충으로부터 안전할 뿐만 아니라, 건축용 자재, 조경용 데크, 가구재 등 고품질 목재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이는 방제 비용을 상쇄하는 경제적 효과는 물론, 침체된 국내 목재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산지 곳곳에 흩어진 피해목을 효율적으로 수집·운반하는 물류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며, 열처리 시설 구축을 위한 과감한 예산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방제가 불가능한 지역의 과감한 수종 전환도 병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훈증 무더기를 불법으로 훼손하거나 감염목을 무단으로 이동시켜 화를 키우는 일이 없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재선충병이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산림자원 순환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산업계의 기술 개발 노력,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우리는 푸른 소나무 숲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산림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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