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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천리향은 떠나가고, 빙상의 요정

  • 槿岩/유응교 기자
  • 입력 2010.02.26 09:44
  • 조회수 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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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에 곤히 취해 잠자던 스님
꿈결에 그 향기 너무도 좋아
산길 따라 찾아가니 그녀 있었네.

잠결에 발견한 향기로운 꽃 수향(睡香)!
상서로운 향기로 천리에 가득하니
서향(瑞香)이라 그 이름 다시 불렀네.

작년 봄 꽃샘추위 한창일 즈음
꽃시장 아저씨 손잡고 나온
서향이 덥석 안고 집으로 왔네.

양지바른 발코니 방 한 칸 주어
난(蘭) 더러 지키라고 일러 놓고서
애지중지 키운 보람 이제야 보네.

바람결에 한사코 창문을 열고
천지에 아득한 젖가슴으로
꿈속의 사랑처럼 내게로 오네.

수줍은 열 아홉 첫 사랑처럼
저토록 고운 향 어디 있을까
발그레한 얼굴로 내게로 오네.

하이얀 분단장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봉곳이 가슴열고 코끝에 다가서니
서향이 집에 두고 한 눈 팔긴 어렵겠네.

아내와 손을 잡고 바람 쐬고 돌아오니
시샘 많은 서향이 춘정을 못이긴 채
천리 길 바람 따라 떠나고 자취 없네.




빙상의 요정  

-밴쿠버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축하 하며-

                                    槿岩/유응교

눈부시게 푸르른
청자빛 빙원의
무대 위에서
격렬하게 파동치는 선율을 따라
동해 바다 용오름으로 타오르는
걷잡을 수 없이
뜨거운 저 사랑의 불꽃!

끝없는 원심과
강렬한 구심으로
헤어짐과 만남을
극적으로 보이면서
혼미한 순간 속에
기쁨의 절정으로 치닫는 손길!

파란 하늘빛 날개로
노래하는 한마리 종달새처럼
하나의 발끝으로 휘돌아
비상하는 끝없는 아름다움이여!

시리도록 오랜 침묵 위에
그 가슴을 열어젖히려는
실버 블레이드의 간절한 절규아래
흰 피를 뿌리며 영접하는
오! 
저토록 황홀한 고통을 보았는가.
저토록 간절한 사랑을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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