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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정책자금은 꼭 필요한 곳에, 가장 효율적으로 쓰여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임업 현장의 자금 집행은 이 원칙에서 다소 비껴나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현행 「임업 및 산촌 진흥촉진에 관한 법률」은 지원 대상을 단순히 ‘임업후계자’와 ‘독림가’로만 구분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 막 산에 들어온 초보자나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경영인이나 사실상 비슷한 항목의 포괄적 자금 지원을 받는 ‘나눠주기식’ 관행이 지속되어 왔다.
국회에 발의된 김선교 의원 등의 전부개정안은 이러한 비효율의 고리를 끊고, 임업 정책자금을 ‘복지’가 아닌 ‘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재설계했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
개정안의 핵심은 임업인의 성장 단계를 ▲예비 ▲청년 ▲후계 ▲전문 ▲경영임업인 등 5단계로 세분화하고, 각 단계에 맞는 ‘맞춤형 자금’을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옷의 치수를 사람의 몸에 맞추는 것과 같다.
첫째, 진입 단계인 ‘예비·청년임업인’에게는 정착과 창업 초기 자금을 집중한다. 숲에 들어와 생계가 막막한 이들에게는 당장의 소득 보전과 정착이 급선무다. 반면, 이미 자리를 잡은 ‘전문·경영임업인’에게는 규모화와 산업화를 위한 대규모 투·융자 자금을 지원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묘목 값이 아니라, 가공 시설을 짓고 유통망을 뚫을 ‘사업 자금’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이처럼 성장 사다리별로 꼭 필요한 자금을 ‘핀셋 지원’함으로써 예산의 누수를 막고 투자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둘째, 단순 융자 위주의 자금 운용을 ‘미래형 투자’로 전환한다. 현행법이 산림을 조성하는 1차 산업 지원에 머물렀다면, 개정안은 스마트임업 시설(제17조)과 임산물 유통정보시스템(제13조), 소비 촉진(제15조) 등 전후방 산업까지 자금의 물꼬를 튼다. 이는 임업을 단순히 나무 심는 일을 넘어, 가공과 유통, IT가 결합된 ‘돈 버는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세분화가 지원 대상을 축소할 것이라며 반발한다. 그러나 이는 ‘모두가 다 같이 조금씩 나눠 갖자’는 하향 평준화의 논리일 뿐이다. 경쟁력 있는 경영인은 확실하게 키워주고, 도움이 필요한 초보자는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정책자금 운용의 정도(正道)다.
정책자금은 ‘눈먼 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임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확실한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국회는 임업인의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을 골자로 하는 이번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대한민국 사유림 경영이 ‘보조금 연명’ 단계에서 벗어나 ‘자립 경영’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