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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은방울꽃 소리마다, 청빈의 마음

  • 류응교 교수 기자
  • 입력 2009.05.01 18:42
  • 조회수 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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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 소리마다

槿岩/유응교

기쁜 소식을
그대에게 전하기 위하여
피 흘려 싸운 전사의 피는
얼마나 거룩한가.

행복한 기별을
그대에게 전하기 위하여
생명을 다 바친 전사의 투지는
얼마나 용감한가.

이제는 그대를 안전하게
보호하게 되었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지만
그대가 흔드는 은방울 소리라도
들어야만 홀가분하게
그대 곁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소

그대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고 계신다면
그대의 순결한 사랑으로
하얀 은방울 소리
푸른 숲길에 울려 주세요.
은은하게 청아하게!



청빈의 마음

근암/유응교

텅 비어 있으면
남에게 아름답고
내게 고요 하다고
성철 스님이 남긴 말
삶은 순간에 끝나고
허망한데도
몇 백 년 살 것처럼
쉽게 비워 버리지 못하고
쉽게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의 가슴속에
시방 이 말은 살아 있는가?

태어날 때에도 빈주먹
떠날 때에도 빈주먹
수의엔 호주머니가 없다는 사실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시방 우리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는가?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모든 걸 버릴 줄 안다면
그때 비로소
빛나고 아름다운
영롱한 생명의 빛이 찾아온다는 생각
시방 우리의 영혼 속에 깃들어 있는가?

아-
오늘도
서쪽의 텅 빈 하늘에
노을이 아름답다. 
 


봉축행렬

근암/유응교
 
부처님 오신 날
불 밝혀 맞이하는
제등 행렬이 도심을 지난다
 
남고사 작은 뜨락엔
수박등 연등이 줄줄이 걸리고
꽃불이 밤을 맞는다
 
소원성취를 비는
외할머니의 등위에
부처님의 미소가 어린다
 
이 새상 모든이의
가슴 속에 부처님의 자비로
불이 밝혀진다면
 
싸움도 질투도 전쟁도
이 땅위에서
영원히 사라지리라



 어린이에게 평화를! 


근암/유응교

  아프가니스탄의
어두운 하늘 아래
포탄은 비 오듯 쏟아지고
아기를 업은 어머니가
길가에 쓰러져 있다.

파키스탄의
메마른 땅위에도
총탄은 콩 튀듯 하고
들꽃을 손에 쥔 어린 소녀가
피를 흘린 채 죽어 있다.

아이들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게하고
아이들이
보아서는 안 되는 걸 보게 하고
아이들에게서
꿈과 희망 순수를 빼앗아간 전쟁!
정부군과 반군이
손에 손을 잡고
화해를 해달라고 호소하는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한없이 부끄럽구나.

 우주선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하나의 아름다운 푸른 별인데
사람들은 왜 땅 위에 선을 긋고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는가.

주님은 어디로 가고
알라신은 어디로 가고
부처님은 어디로 가고 없는가

인간이 인간의 가슴에
총을 쏘는 일을 언제까지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승 무

槿岩유응교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나니
바람처럼  연기처럼
허허로운 하얀 손짓으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처음도 끝도 알 수 없는
하얀 발걸음으로!

말없이 왔다
말없이 가나니
무슨 말을 해야 하리
부질없는 세상 하얀 몸짓으로!

티 없이 왔다
티 없이 가나니
욕정도 번뇌도 떨쳐버린
한없이 고요한 하얀 마음으로!



 어린이

근암/유응교

 어린이의 눈망울속엔
고요와 평화가 흐른다
 
어린이의 웃음속엔
만족과 행복이 넘친다
 
어린이의 재잘거림은
희망과 경이로 부푼다
 
어린이의 걸음걸이는
세상의 모든 탐욕을 거부한다
 
어린이의 잠자는 모습은
어른들의 모든 근심을 덜어버린다
 
어린이의 귀여운 손짓은
아침햇살에 퍼지는 물보라 같다
 

 

등꽃 바람
 
근암/유응교
 
 
전쟁터에 나가신 용감한 그대를
친자매처럼 지내던 우리가
다투어 사랑을 하였으나 끝내
돌아오시지 않아 우리는 함께
푸른 청춘을 연못에 던졌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대가  다시 살아 돌아와 
너무도 슬퍼하시고 절망 속에서
세상을 버리시고 늘 푸른 몸으로
우리 곁으로 오셨습니다.
 
이제 우리 이곳에서 만났으니
하루인들 떨어져 지낼 수는 없습니다.
치렁치렁한 머리를 풀어헤치고
향기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그대를 온몸으로 감싸 안으며
한 몸이 되렵니다. 영원히!


구차한 비극 

               근암/유응교

눈을 들어 세상을 본다
사람이 한 세상 사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무엇일까
그것은 세상에 대한 꿈 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꿈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렸다
 
부패 없는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검은 돈의 유혹에 흔들려선 안 된다고
부패한 자들을 큰소리로 질타하던 그가
그 꿈을 스스로 저버리고
법의 심판을 받는 모습이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
 
 
꿈은 꿈대로 있고
현실은 현실대로 있어
영혼이 아닌
머리로 꾼 꿈의 종말은 비참하다
 
사람의 영혼은
그가 즐기는 것에 있거늘
그가 진실로 이 세상에서
즐긴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청렴하고 당당하게 초야에 묻혀
민중들과 함께 즐기는 삶을 원했다면
이처럼 구차한 비극으로 끝나지 안 했을 것을
그 영혼이 한층 더 아름다웠을 것을
 
 검은 돈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통곡하는 아내를 뒤에 남기고
면목 없다고 국민 앞에 서서
회견하는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화려한 꽃들도 십일을 못 넘기고
막강한 권력도 십년을 넘기지 못하는데
그는 왜 그토록 탐욕의 늪에 빠졌단 말인가
우리 모두를 배신하면서 까지.....
                        
           -소설가 송우혜의 글을 읽고
 
* 러시아 문호 고골이 한 말 :
“사람의 영혼은 그가 즐기는 것에 들어 있다" 



카네이션
핏빛 사랑

槿岩/유응교

아름다움도 죄가 되나요?
솜씨가 좋은 것도 죄가 되나요?
시인과 화가들의 질투의 대상이 된 몸
한 송이 붉은 꽃으로 태어났다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인가요?
이 땅위에서
가장 고귀한 사랑을 준이는 누구인가요?
자신을 돌보지 않고
모든 걸 바치고도 아직도 모자라다고
한없이 사랑을 준이는 누구인가요?
이 하늘아래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준 이는 누구인가요?

바로 그분에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들의
질투의 대상이 된 저를 바치세요.
저를 바치는 그 순간
그대의
유일한 사랑의 징표가 될 것이니까요.
그대가 영원히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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