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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붓꽃의 연서

  • 유응교(柳應敎)교수 기자
  • 입력 2010.01.18 18:43
  • 조회수 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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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의 연서


 
근암/유응교

그대가 그리워
그립고 그리운 사연
푸른 하늘에 써놓았건만
뭉게구름이 말없이
지우고 흘러갑니다.

그대가 그리워
보고 싶고 보고픈 사연
맑은 호수에 써놓았건만
나룻배가 조용히
지우고 지나갑니다.

그대가 그리워
함께 있고 싶은 마음
푸른 초원위에 써놓았건만
바람결이 무심코
지우고 떠나갑니다.

그대여 이 마음을
이제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으니
뭉게구름 피는 저녁나절
바람결에 나룻배를 타고
다정히 웃으며 내게로 오오.


 함박눈



근암/유응교

그토록
사랑하던 임
떠나 버렸다.
발자취 남기고…

그 발자취 찾아 나서는데
흔적 없이 사라졌다.

저토록 내리는 눈은
죄가 없는가?

증거 인멸!

하얀 수갑으로 너를 체포한다




 기 도




槿岩/유응교


어둠이 내리는 깊은 밤 힘든 일과를 마친 후
한 줄의 詩를 쓰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시고

이른 아침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 살아 있음을 기뻐하게 해 주소서

탐욕에 찌들은 혼탁한 눈빛을 거두고
맑고 투명한 비움의 시선을 갖게 하여 주시고

남을 비방 하거나 미워하는 말보다도
언제나 용서하고 사랑한다는 입을 갖게 해 주소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손으로
틈틈이 수채화를 그릴 수 있도록 해 주시고

쾌락을 찾아 신을 외면하는 추한 삶을 버리고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는 발걸음이 되게 하소서

루이 암스트롱의 재즈나 야니의 연주를 들으며
때때로 영혼을 일깨우는 소리에 귀 열게 하시며

돌 틈에 어렵게 핀 한 송이 꽃을 사랑케 하여 주시고
겨울의 찬 눈과 여름밤의 별빛을 사랑케 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지금 이 시간까지 후회 없는 생으로
살아 왔노라고 자부 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아멘-

 설 야
   
           

槿岩/유응교

밤을 새워
내리고 내려앉은
저 아름다운 하안 침묵 앞에
사랑하는 임을 향하여
차마
사랑한다 말 할 수 없네.
그저 가만히 손을 잡을 수밖에

밤이 새도록
쌓이고 쌓인
저 끝없는 하얀 그리움 앞에
사랑하는 임을 향한 내 그리움
차마
그립다 말 할 수 없네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볼뿐

밤을 새우며
앙상하게 헐벗은 가지마다
저 애틋하게 피어난 하얀 마음 앞에
사랑하는 임을 향하여
차마
어떤 원망도 보낼 수 없네
아름다운 용서의 미소를 짓는 일 이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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