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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면 일하는 재미로 살아"

  • 서경수 기자 기자
  • 입력 2010.06.16 20:21
  • 조회수 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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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시니어 친화기업 인증제도 등 복지패러다임 모색

"돈보다는 사는 재미와 보람, 행복을 벌어요."

김귀점(여·76)씨가 경북 구미시니어클럽 공동작업장에 처음 온 것은 2008년이다. 평생 식당일 등을 하며 열심히 살았지만 모아놓은 재산은 없고,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을 만큼 열악한 처지는 또 아닌데다 가진 기술이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노인 맞춤형 일자리가 간절히 필요하던 때다.

시니어클럽 공동작업장은 김씨와 같은 ´60세 이상 차상위계층´ 노인들만 일할 수 있는 곳이다. ´보람일터´란 이름이 붙은 이곳 작업장에서는 김씨를 비롯한 할아버지 할머니 14명이 중소기업의 하청을 받아 부품들을 닦거나 조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김씨는 "일하기 전엔 사는 게 참 힘들었는데 이젠 재미가 있다"고 했다. 김씨의 하루를 살펴보면, 우선 단짝 동료와 함께 아침 7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학생들의 등하교길 교통안전지킴이 역할을 한다.

8시30분, 작업장에 도착하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 9시부터 본격적인 일을 시작한다. 힘들 때는 간간이 알아서 쉬고 오후 1시까지는 주어진 일을 모두 끝내는 식으로 하루 일과를 마친다.

이런 식으로 부지런히 산 게 어느덧 2년이다. 김씨는 그렇게 열심히 모은 돈으로 손자 녀석 대학등록금에 보태라고 200만원을 건넸다. 또 얼마 전엔 외손자 신혼여행비로 5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거의 전 재산을 그렇게 썼다.

"혼자 호강하려는 것이면 이런 일 재미없어서 못해. 늘그막에 이렇게라도 자식들 어려움 없도록 도와줄 힘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니겠어?" 김씨에게 있어 ´일´이 돈벌이가 아니라 사는 재미, 보람인 이유다.

이곳의 작업반장이자 ´청일점´인 임무원(72)씨도 그랬다. 임씨는 평생 방직공장엘 다니다 정년퇴직한 뒤 지난 10년간 허송세월만 보냈다고 했다. 임씨는 "운동 나가는 게 전부였던 지루한 일상이 반복될 때는 삶이 덧없다고 느꼈다"며 "일한다는 그 자체로 좋고, 출근길이 뿌듯하고, 손자들 용돈 좀 줄 수 있는 신세라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일할 노인 넘쳐나는 초고령사회 진입

이들처럼 일하려는 의지는 있는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 바로 공동작업장이다. 현재 경북도에는 경산과 구미, 상주, 의성, 포항 등 8곳에 마련된 작업장에서 총 160여명이 일하고 있다.

월급이라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박봉이지만, 업무가 단순하고 일감이 끊이지 않다보니 여생을 몸담아 일할 수 있는 평생직장의 개념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실제 누군가로부터 기부를 받는 등 재산이 갑자기 늘지 않는 이상은 자리가 보장되는 편이다.

그러나 일할 의지가 충분하고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돈이 많으면 안되고, 너무 가난해서도 안되는 조건 때문에 막상 이런 일자리는 구하기가 어렵다. 또 아직까지는 기업체들의 참여도가 낮아서 일자리가 많이 부족한 형편이다. 임금이야 더할 나위 없이 싸지만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다는 것.

그래서 구미에서만 무려 1500여명의 ´60세 이상 차상위계층´ 노인들이 이곳에서 일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구미시니어클럽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밖에도 경북도는 크게 공익형, 교육형, 복지형 등 3가지로 나눠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도서관 관리지원, 행정조사지원, 학습지도, 문화재해설, 노인학대예방, 주거환경 개선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약 1만5000명의 노인일자리를 정책적으로 마련해놓고 있다.

들어가는 예산만도 202억에 이를 정도로 대대적인 사업이지만 문제는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북은 노인인구가 41만2228명(2009년 12월 현재)으로 무려 15.4%를 차지, 전국 어느 곳보다도 먼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는 특별한 상황이다.

◇노인은 ´부양대상자´가 아닌 ´근로능력자´

이에 따라 최근 경북도는 전국 최초의 노인 고용 장려 정책인 ´시니어 친화기업 인증제도´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규모의 경북도내 기업 가운데,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를 전체 근로자의 2% 이상 고용한 기업을 ´시니어 친화기업´으로 지정하고, 1년간 고령자 고용 인건비의 10%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노동시장에서 약자인 노인에게 우선적으로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적당한 일거리를 통해 사회참여 욕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일정액의 소득 보전을 통해 심신의 건강증진도 높이는 효과를 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으로서는 다양한 계층의 노동인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회적 기여를 하면서 인건비도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이같은 내용이 언론 등을 통해 최근 알려진 이후 경북도 해당 부서에는 전국 각지 기업체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좀 더 적극적인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한 복지 시책의 표본 모델이 될 전망이다.

조자근 경북도 노인복지과장은 "노인문제는 다가올 미래의 문제가 아니고 청년 실업과 같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의 문제"라며 "이제 경북에서는 사회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단순히 부양대상자로만 여기던 ´어르신´이 근로능력자로 일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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