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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노부부 가족 같은 소, 땅에 묻고 눈물만 '뚝뚝'

  • 서경수 기자 기자
  • 입력 2011.01.19 10:01
  • 조회수 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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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터진 구제역 사태로 산골마을의 팔순 노부부가 7년을 함께한 암소 누렁이와 생이별을 한 사연이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안동시 예안면 도목리 남제권(83)씨와 이춘희(72)씨는 지난달 17일 면소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랫마을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발견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누렁이를 살처분해야 한다는 것. “하이고 영감요. 누렁이를 땅에 묻는답니더. 우야면 좋니껴”

노부부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하늘이 노래졌다. 대형으로 소를 키우는 아랫마을 청년이 원망스러웠다.

19일 오후 포클레인과 작업인부들이 시내에서 출발했다는 전화를 받고 노부부는 겨우내 주려고 모아둔 꼴과 사료를 여물통에 가득 담았다. 그야말로 최후의 만찬이었다. 남옹은 누렁이와 눈을 맞추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마을에 도착한 인부들은 큰 구덩이를 판 뒤 누렁이의 등에 주사바늘을 찔러 넣었다. 그 큰 덩치가 힘없이 고꾸라지는 모습에 남옹은 오열했다.
그날 이후 두 내외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았다.

누렁이를 보낸 지도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남옹은 그때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혹한의 날씨에도 앞마당에 나와 누렁이가 끌던 철제 리어카(손수레)를 어루만졌다.

남옹은 누렁이를 “자식인 동시에 친구였고, 농사꾼이면서 자가용이었다”고 표현했다. 적적한 산골마을의 유일한 동무이기도 했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도목리 꼬부랑재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렸고, 이런 누렁이의 튼튼한 네 다리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마을 사람들은 언제나 부러워했다고 한다.
“소가 우예 저래 좋을 수가 있노. 서울 가면 1억은 넘게 받을 낍니더”

마을사람들의 칭찬에 괜히 우쭐해졌다. 그때 마다 누렁이의 등에 매단 리어카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누렁이는 매몰 당시 뱃속에 5개월 된 새끼를 배고 있었다. 노부부는 곧 나올 새끼를 위해 일찌감치 작은 보금자리도 마련해 둔 터였다.

남옹은 “아직도 뒷마당에서 덜그럭~덜그럭~ 소리가 나는 것 같아”라며 눈물을 지었다. 

얼마 전 남옹은 누렁이가 끌던 리어카를 망치로 때려 부쉈다. 볼 때마다 누렁이 생각이 나기 때문이란다.
“저놈의 리어카를 안보면 잊겠는데, 망할 놈의 고물장수는 오늘도 안오네.”

남옹은 앞으로 소 키울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 마음 다 똑같다고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져. 수백 마리를 생다지로 땅에 묻어야 하는 심정이 얼마나 원통하겠어. 그걸 묻는 공무원들도 오죽 할까”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남옹은 “앞날이 막막해. 누렁이가 없으니 이젠 농사도 못 짓고, 어딜 다니지도 못해. 억만금의 보상금이 무슨 소용이야. 누렁이만 다시 살아 돌아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라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뒷마당에는 쓸모없어진 건초더미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텅 빈 외양간 안으로 찬바람이 휑하고 불면서 바닥에 뿌려진 하얀 석회가루가 어지럽게 날렸다. 누렁이의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다며 눈물짓는 남옹의 뒷모습이 쓸쓸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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